2013년 4월 25일 목요일

[MOVIE] 안나 카레니나


왜 좋은 영화는 상영관이 적은 걸까요? 이제 서울시내에는 상영관이 4개 밖에 남지 않은 '안나 카레니나'입니다. 

조 라이트 감독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어톤먼트>, <오만과 편견>에 이어 세 번째 작업이었는데요, 키이라 나이틀리는 현대극보다는 고전극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배우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는 무엇보다도 볼거리가 아주 풍부한 영화입니다. 
우선 방대한 양의 원작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는지, 과감하게 연극식 무대 구성을 영화로 옮겨놓았어요. 파티에서 춤을 추던 안나가 파티장의 문을 열고 나서면 문 바깥에는 안나의 집이 나타나는 식이에요. 심지어 경마장까지 연극적인 세트로 제작했는데, 영화 전체 세트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짐작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그리고 이 영화는 19세기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 당시 러시아 귀족들은 프랑스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그대로 배끼다시피 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이 영화에서 안나를 비롯한 귀족 여성들의 의상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는 의상이 곧 그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어요. 재클런 듀런은 이 영화를 통해 제85회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그 외에도 안나와 브론스키가 사랑에 빠진 장면은 카메라 렌즈에 디올 스타킹을 씌워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셀룰로이드 필름처럼 보이면서 화사한 효과가 나기 때문에 인물의 피부가 더 빛나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이런 효과를 내는 필터도 많지만 인위적인 느낌을 피하기 위해 스타킹을 씌웠다는 뒷이야기 :)
아무튼 풍부한 볼거리만 잘 즐겨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기차역에서 첫 대면을 한 안나와 브론스키는 파티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 장면을 조 라이트 감독은 춤과 무대 구성,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 사랑에 막 빠져드는 찰나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는 스테이지를 비추었다가 두 사람에게 집중하는 연출은 영화 전체를 통털어서 손에 꼽을 만한 화려한 장면입니다. 



브론스키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안나에게는 러시아 정계의 실력자인 남편, 카레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인물이 바로 카레닌 역의 주드로였어요. 한때 세계 최고의 섹시남으로 손꼽혔던 주드로는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남편 역을 너무나도 설득력있게 연기합니다. '클로저'의 주드로를 기억하고 있는 저로써는 벗겨진 머리가 슬프기만 했답니다..ㅠㅠ


카레닌이 곁을 지키고 있지만 안나는 자신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 브론스키와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브론스키 역의 애런존슨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데요, 이제 만 22살밖에 되지 않은 1990생의 어린 청년 애런 존슨은 유부녀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러시아 장교 역할을 매력적으로 해냅니다. 
실제로 애런 존슨은 1967년생 포토그래퍼 겸 영화감독인 샘 테일러 우드와 결혼을 했다고 해요. 연상연하 역할에는 최적의 배우로군요 :)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안나와 브론스키입니다. 초록의 잔디 위에서 화이트 톤의 면 소재 의상을 입은 두 사람. 안나는 심플한 긴소매 드레스 차림에, 브론스키는 루즈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금지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지만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마치 풋풋한 첫사랑에 빠진 연인같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물론 둘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경마시합 중 말에서 낙마하는 브론스키와 이 현장에서 브론스키에 대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해버린 안나. 말 많고 눈 많은 귀족 사회에서 두 사람의 앞날이 평탄할 리 없겠죠?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 영화의 구성과 내용을 한 장에 집약적으로 잘 나타내는 포스터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개봉 시에는 주인공인 안나가 전면에 등장하는 포스터로 바뀌었어요. 

이 영화를 보실 때에는 스토리가 가진 그 자체의 힘과 더불어 연극적 구성과 의상을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답니다 :) 
고전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안나 카레니나..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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