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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헤르조그 저 / 김선영 역 / 살림 / 2011. 02. 25 |
우리는 다양한 동물들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닭이나 돼지는 조리해 먹고, 개나 고양이는 집에서 기르고, 뱀을 보면 몸서리를 치죠.
'인류동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권위자인 할 헤르조그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살아가면서 다른 종류의 종(種)들과 맺는 다양한 관계를 조명하고, 여기서 발견되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하나 하나 예를 들어가며 보여줍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예들을 살펴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비논리적인 존재인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장면 1>
투계를 즐기는 사람 A가 있고, 이를 비난하는 사람 B가 있습니다. B는 치킨을 즐겨 먹습니다. B는 닭들이 서로 물어뜯고 피를 흘리며 싸우는 투계를 즐기는 A를 잔인하다고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B가 즐겨 먹는 패스트푸드 치킨이 되는 닭들은 태어나자마자 목이나 간신히 가눌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단기간에 살찌우도록 만든 사료를 먹으며 2~3주를 햇빛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 닭들은 칼날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앞선 닭들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공포에 떨다가 제 순서가 오면 죽어가죠.
반면, 투계용 닭은 투계를 할 수 있는 크기가 될 때까지 2년 동안을 최상급의 사료를 먹으며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성장합니다. 적당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일정량의 운동도 합니다. 투계용 닭이 전 생애를 통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싸우다 죽어가는 몇 분 동안입니다. 게다가 투계를 하다가 죽어가는 닭의 숫자는 치킨을 위해 죽어가는 닭의 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죠.
과연 B가 A에 비해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장면 2>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중국산큰불도마뱀이 동물보호단체 소책자의 표지에 실렸을 때보다 귀여운 판다가 실렸을 때 훨씬 많은 돈을 기부합니다.
<장면 3>
C는 아이들을 위해 애완용 흰쥐를 사주었습니다. 몇 달을 키우던 쥐가 어느날 죽음을 맞이하자, C는 흰쥐를 위해 앞마당에 작은 무덤을 만들고 장례식도 치러주었습니다. C의 아이들은 흰쥐의 무덤에 생전에 쥐가 좋아하던 치즈를 놓아주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흰쥐의 장례식을 치르고 몇 주 후, C의 아내가 요리를 하던 주방에 쥐가 나타났습니다. 아내는 비명을 질렀고, C는 끈끈이 덫을 놓아 쥐를 잡아 죽였습니다.
애완용 흰쥐와 주방에 침입한 쥐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장면 4>
설문조사에서 60%의 미국인이 '동물들은 살 권리가 있다'는 문항과 '우리는 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문장에 모두 동의합니다.
할 헤르조그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비일관성'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다른 동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고 편견이나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배제한 채 진솔하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윤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하네요.
한 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넓은 시야에 유머를 더한 할 헤르조그의 유쾌한 문장은 불편하지 않게 인간 심성의 불합리함을 인정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또한 데이트 신청을 할 때 강아지를 데려가면 성공 확률이 높다던가, 영화에서처럼 애완견은 주인이 위험에 처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득한 매력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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